달아실시선

별을 삽질하다

  • 저자 : 허문영
  • 출판사 : 달아실출판사
  • 발행일 : 2019년 10월 30일
  • 페이지 : 136면
  • ISBN : 9791188710485
  • 정가 : 8,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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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고 우물이 되고
- 허문영 시집 『별을 삽질하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몰라. 그래서 분주히 움직이지만 결국 제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거야…. 그건 소용없는 일인데….”

어린 왕자가 조종사에게 건넨 말이다.
허문영의 이번 시집 『별을 삽질하다』를 편집하면서 나는 왜 저 어린 왕자의 말을 떠올렸던 것일까?
아마도 표제시인 「별을 삽질하다」에서 어린 왕자의 별 B612를 떠올렸거나, 「개밥바라기별」이나 「우물과 시」 같은 시를 보면서 어린 왕자의 우물을 떠올렸을 것이다.

오대산 북대 미륵암에 가면 덕행 스님이 계시는데, 매일 밤 별이 쏟아져 내려 절 마당에 수북하다고 하시네.

뜨거운 별이면 질화로에 부삽으로 퍼 담아 찻물 끓이는 군불로 지피시거나, 곰팡이 핀 듯 보드라운 별이면 각삽으로 퍼서 두엄처럼 쌓아두었다가 묵은 밭에다 뿌려도 좋고, 잔별이 너무 많이 깔렸으면 바가지가 큰 오삽으로 가마니에 퍼 담아 헛간에 날라두었다가 조금씩 나눠주시라고 하니, 스님이 눈을 크게 뜨시고 나를 한참 쳐다보시네.

혜성같이 울퉁불퉁한 별은 막삽으로 퍼서 무너진 담장 옆에 모아두었다가 봄이 오면 해우소 돌담으로 쌓아도 좋고, 작은 별똥별 하나 화단 옆에 떨어져 있으면 꽃삽으로 주워다가 새벽 예불할 때 등불처럼 걸어두시면 마음까지 환해진다고, 은하수가 폭설로 쏟아져 내려 온 산에 흰 눈처럼 쌓여 있으면 눈삽으로 쓸어 모아 신도들 기도 길을 내주시자 하니, 하늘엔 별도 많지만 속세엔 삽도 많다 하시네.
― 「별을 삽질하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