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시·에세이

연산의 아들, 이황

  • 저자 : 강기희
  • 출판사 : 달아실출판사
  • 발행일 : 2020년 08월 30일
  • 페이지 : 336면
  • ISBN : 9791188710751
  • 정가 : 1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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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justice)의 관점에서 바라본 연산과 연산의 아들 그리고 김팔발의 난
- 강기희 장편소설 『연산의 아들, 이황-김팔발의 난』

강기희의 장편소설 『연산의 아들, 이황-김팔발의 난』은 강기희 작가가 2012년에 펴낸 장편소설 『대왕을 꿈꾼 조선의 왕 연산』의 개정판이다.

강기희는 개정판을 내면서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얘기를 한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던 그 시절, 나는 5백 년 전의 인물인 조선국 10대 왕 이융에 주목했다. 역사적으로 패륜아요, 폭군으로 평가받거나 회자되는 조선의 왕 이융. 그는 과연 역사가 정의한 것처럼 패륜아에다 폭군 정치를 펼쳤던 인물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고, 이융의 장자로 세자였던 이황이 폐세자 되어 정선으로 유배 온 역사적 사실도 내겐 흥미로웠다. 『연산군일기』에 기술된 역사를 정사로 볼 것인가는 논외라 치더라도 연산의 후대 평가는 가혹하리만치 냉혹하여 나는 행간에 숨은 당시의 역사를 복원해보리라 작심했다. 하여 소설도 폐주 ‘연산군’이 아닌 조선의 왕 ‘이융’과 폐세자 이황을 중심으로 반란 세력과의 관계를 비중 있게 다루어보았다.”

초판 당시 이 소설을 두고 소설가 김별아는 또 이렇게 얘기를 했다.

“나는 강기희의 연산에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연산을 존중한다. 역사의 기록은 고착되어 있되 역사적 상상력은 항시 자유롭게 유영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강기희는 본디 ‘도둑고양이’처럼 날카롭게 현실을 꿰뚫고, ‘개 같은 인생’을 연민으로 품으며,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는 순정의 절규를 외쳐오던 작가다. 그러하기에 그의 연산은 파륜의 폭군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에 희생되는 비주류의 아웃사이더이며, 독설과 해학으로 교조敎條를 농락하는 자유인의 표상일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연산이 괴물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그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소행보다 괴물을 낳은 시대의 어둠에 주목한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역사 소설로 읽지 않는다. 역사보다는 역심逆心을 뿌리 삼아 자라난 이 소설은, 패자敗者들의 영혼이 토해내는 쓰라린 호곡에 다름 아니다.”

개정판을 편집하면서 “강기희의 연산에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연산을 존중한다. 역사의 기록은 고착되어 있되 역사적 상상력은 항시 자유롭게 유영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라는 김별아 소설가의 말을 몇 번이고 떠올렸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 또한 강기희의 연산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역사 속의 연산은 그야말로 작가의 말마따나 패륜아요 폭군의 대명사였으니까.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事實)이고 사실(史實)이었으니까.

그런데 강기희 소설가가 일말의 의심도 없는 그 확실하고 또 확실한 믿음에 느닷없이 금을 그은 것이다. 스크래치를 낸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정선의 김팔발을 되살려낸 것이다. 연산의 아들 이황과 그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난을 일으킨 김팔발을 끄집어낸 것이다. 이유가 뭘까?

김팔발의 난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폐주 연산의 아들 이황이 정선에 유배되어 왜, 어떻게 어린 생을 마쳐야 했는지 아는 이는 또 몇이나 될까? 강기희 작가는 어째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 지워진 역사를 굳이 소설로 살려낸 것일까?

마침내 떠오른 생각. 강기희 작가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연산과 연산의 아들 이황, 그리고 김팔발의 난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정의(justice)는 과연 무엇이냐고. 그 정의를 바로 알 때 역사는 진실게임이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거 아니겠냐고.

김별아 소설가는 이 소설을 ‘역사 소설로 읽지 않는다’고 했지만, ‘역사적 정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역사 소설이 아닐까 싶다.